호사품으로 인한 강렬하면서도 달콤 씁쓸했던 또 다른 기억은 내가 15살 되던 해에 있었다.
버몬트 주 스토우의 맨스필드 산 스키장에서 하루 스키를 타고 난 다음날이었다.
스키장 주차장에 애스턴 마틴이 한 대 세워져 있었다. 번호판을 보니 뉴욕에서 온 차였다.
차 주인은 몸을 녹이러 오두막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는데 시동을 걸어 놓은 채였다.
십대 소년 한 무리가 멈추어 서서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누구도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를 않았다.
나는 뒤돌아 섰다.
돌아서는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 눈물은 스키 타느라고 지치고 힘들어서 나오는 눈물이었을까?
자동차 때문에 그토록 강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 일로 인해 나는 나중에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베들레헴으로 아기 예수를 찾아가 경배한 동방 박사들이 받았던 감동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식의 비교가 불경스럽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동방 박사들이 느꼈던 감동은 내가 그 애스턴 마틴을 보고 받았던 감동과 비슷했을 것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나는 또 한편 애잔한 슬픔을 느꼈다.
세상에 그토록 아름다운 물건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과
나는 결코 그런 물건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그런 서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럭셔리 신드롬 中

(럭셔리 신드롬의 저자가 말한 애스턴 마틴이 뭔지 무슨 기종을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어떤 차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인터넷에서 30초만에 찾아낸 이미지!)
크... 이렇게 솔직한 감상이라니!!
절실히 동감하는 바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를 볼 때마다
나 역시 위에서 작가가 말하는 감정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느끼고 있다!
부의 상징이자 호화 사치품의 대표주자(?)로 값비싼 외제자동차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가슴 두근거리고, 갖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때때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시적이나마 멋진 환상과 꿈을 꾸게 해준다.
그게 꼭 자동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어떠한 역사(유래)와 노력과 가치가 있는 물질들은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오랜 명품, 보석 등)
그게 비싸면 비쌀 수록, 그게 희귀하면 희귀할 수록...!
물론 그게 나쁜 것이라든가, 잘못됬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욕망의 문제이다.
욕망을 좋게만 볼 수도 없고, 나쁘게만 볼 수도 없듯이.
뭐, 어쨌거나~
부는 언제나 불공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환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 같다.
오늘은 이룰 수 없는 불공평한 부유함보다는
공평한 환상을 마음껏 음미하시길...!
그리고 내일은 당신의 욕망을 열심히 추구할 것!!!
누가 뭐라든, 누가 손가락질 하든...
'[Track04] Thin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계를 바꾼 아이디어 (0) | 2004.10.12 |
|---|---|
| 그냥 재미있는 우연일까? (0) | 2004.10.06 |
| 내일 죽는다면... (0) | 2004.09.22 |
| 리처드 3세와 나 (0) | 2004.08.28 |
| '안다'는 것과 '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 (0) | 2004.08.25 |